보통 집을 팔면 값을 다 받고 소유권을 넘기면 끝입니다. 그런데 요즘 드물게,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에게 잔금의 일부를 빌려주고 그 집에 근저당을 잡는 거래가 눈에 띕니다. 은행이 할 일을 파는 쪽이 대신하는 셈입니다. 파는 사람이 왜 손해처럼 보이는 일을 할까요. 답은 이 거래에 등장하는 근저당·재건축 딱지·대출 규제를 하나씩 풀어 보면 드러납니다.
파는 쪽이 채권자가 되는 거래
이 거래의 낯선 점은 파는 쪽이 채권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은행이 사는 쪽에 돈을 빌려주는데, 여기선 파는 쪽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사는 쪽이 낸 돈은 매매가의 일부뿐이고, 나머지 잔금을 파는 쪽이 빌려준 뒤 소유권을 먼저 넘깁니다. 그리고 아직 받지 못한 그 돈을 사는 쪽 집에 근저당으로 잡아 둡니다. 이것을 셀러 파이낸싱(매도인 금융)이라 부릅니다.
파는 쪽이 굳이 돈까지 빌려주면서 파는 건 인심이 아닙니다. 두 가지 규제가 정면으로 맞물릴 때, 이 방법이 오히려 거래를 성사시키는 길이 되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거래가 나오나 · 두 개의 벽
파는 쪽이 돈을 빌려주는 이유는 두 개의 규제가 겹치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사는 쪽의 현금을 막고, 다른 하나는 등기를 서두르게 합니다.
두 벽을 동시에 푸는 방법이 바로 이 구조입니다. 돈은 나중에 받되 소유권(등기)은 지금 넘기는 것. 파는 쪽이 잔금을 빌려주고 등기를 먼저 넘긴 뒤 못 받은 돈을 근저당으로 잡으면, 사는 쪽은 시한 안에 등기를 끝내고 파는 쪽은 돈 받을 권리를 지킵니다. 여기서 ‘시간의 벽’의 정체가 바로 재건축 딱지입니다.
재건축 ‘딱지’가 다 입주권은 아니다
재건축 구역의 집을 사면 새 아파트 입주권이 따라온다고들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고 나서 보니 입주권이 나오지 않고 현금으로만 청산되는 매물이 있습니다. 이것을 물딱지라 부릅니다. 갈림길은 조합원 지위를 언제 넘겨받았느냐입니다. 그래서 파는 쪽은 그 시점을 넘기기 전에 등기를 끝내려 서두르는 것입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의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지나면 원칙적으로 지위를 넘길 수 없고, 조합 대신 신탁업자가 사업을 맡는 신탁 방식이면 기준이 사업시행자 지정고시로 달라집니다.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가 기준이 되는 등 사업 종류·방식마다 분기점이 다릅니다. 이 시점을 지난 뒤 소유권만 넘겨받으면 지위는 승계되지 않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딱지가 입주권이 되는 조건
분기점을 지났다고 무조건 물딱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에는 투기와 거리가 먼 거래를 위한 예외가 있어, ‘이 딱지가 입주권이 되는가’는 예/아니오가 아니라 조건을 따라가며 확인하는 문제입니다.
경매도 다르지 않습니다. 재건축 물건을 낙찰받아도 조합원 지위를 승계받지 못하면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어, 입찰 전에 지위 승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파는 쪽이 시한에 쫓겨 등기를 서두른 것도 결국 이 물딱지를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담보로 잡힌 근저당, 그 숫자는 빚이 아니다
이제 파는 쪽이 잡은 담보, 근저당을 봅니다. 등기부(등기사항전부증명서)의 근저당에는 채권최고액이 적혀 있는데, 많은 사람이 이 숫자를 ‘빌린 돈’으로 읽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채권최고액은 담보가 최대 얼마까지 책임지는지의 상한이지 실제 원금이 아닙니다. 나중에 못 갚을 경우의 이자·지연손해금·경매 실행 비용까지 담보로 잡으려고, 원금보다 큰 금액을 설정하기 때문입니다.
통상 은행은 원금의 110~120%, 저축은행·개인 간 거래는 130~150%까지 설정합니다. 원금이 100이면 채권최고액은 120 안팎으로 적히는 식이고, 그 차이가 이자와 비용에 대비한 몫입니다. 그러니 등기부의 채권최고액을 보고 ‘이만큼 빚이 있다’고 읽으면 실제보다 부풀려 보게 됩니다.
그 숫자를 빚으로 읽으면 판단이 어긋난다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채권최고액을 그대로 빚으로 읽으면 원금에 얹힌 버퍼만큼, 게다가 이미 갚은 원금만큼 남은 빚을 부풀려 보게 됩니다. 원금은 갚아 나갈수록 줄어드는데 등기부의 최고액은 다 갚기 전까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등기부만으로는 지금 남은 빚이 얼마인지 확정할 수 없습니다.
이 오해는 경매에서 특히 뼈아픕니다. 물건의 등기부에 잡힌 채권최고액을 실제 빚으로 착각하면, 선순위 채권이 시세만큼 있는 것처럼 보여 멀쩡한 물건을 지레 접기도 합니다. 셀러 파이낸싱으로 잡힌 근저당도 마찬가지여서, 그 숫자가 곧 사는 쪽이 파는 쪽에 진 빚 전부는 아닙니다.
파는 쪽이 빌려준 돈은 공짜가 아니다
마지막 오해가 남았습니다. ‘파는 쪽이 빌려줬으니 조건이 느슨하겠지’ 하는 생각입니다. 셀러 파이낸싱도 보통은 시중금리 수준의 이자가 붙고, 못 갚으면 그 근저당으로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 있습니다. 특히 무이자나 지나치게 낮은 금리로 빌려주면, 세법상 그 덜 낸 이자만큼은 증여로 볼 수 있습니다.
파는 쪽의 호의처럼 보여도, 이자와 세금이라는 조건이 따라붙는다는 뜻입니다. 사는 쪽은 이자·상환 조건과 근저당을, 파는 쪽은 무이자·저리에 따르는 증여세 가능성을 미리 따져야 합니다.
규제가 겹치면, 낡은 거래 기술이 소환된다
정리하면, 파는 쪽이 돈까지 빌려주는 거래는 인심이 아니라 대출 규제와 재건축 시한이 겹칠 때 나오는 거래 기술입니다. 돈은 나중에 받고 등기는 지금 넘겨, 사는 쪽은 물딱지를 피하고 파는 쪽은 근저당으로 돈 받을 권리를 지킵니다. 다만 그 안에는 오해하기 쉬운 세 가지가 있습니다. 담보로 잡힌 채권최고액은 빚이 아니고, 재건축 딱지가 다 입주권은 아니며, 파는 쪽이 빌려준 돈은 공짜가 아닙니다. 이 셋을 서류의 숫자·이름으로만 믿으면 손해로, 무엇을 담보하고 어떤 조건을 전제하는지 확인하면 정보가 됩니다. 경매는 이 확인을 남보다 먼저 하는 일이라, 서류를 조건으로 읽는 훈련이 그대로 실력이 됩니다.
요동치는 경매 시장을 데이터로 읽어 전합니다. 관심 있는 물건을 정하셨다면, 입찰 당일 법원 출석은 경매퀵이 대신합니다.
부동산 거래·등기·정비사업·세법 제도에 대한 일반 정보이며 법률·세무·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본문의 수치(원금 100·채권최고액 120 등)와 사례는 제도를 설명하기 위한 익명의 개념 예시로 특정 거래·물건·인물과 무관하며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셀러 파이낸싱, 채권최고액의 설정 비율,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예외(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9조 및 시행령), 금전 무상대출에 따른 이익의 증여(상속세및증여세법 제41조의4·적정이자율 연 4.6%·이익 연 1,000만원 기준)는 제도의 일반 내용을 정리한 것이며, 실제 남은 채무·지위 승계 여부·과세 여부는 물건과 사업 단계, 당사자의 관계와 사정, 관할 기관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므로 등기부·정비구역 고시와 금융기관·세무·법률 전문가를 통한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특정 지역·단지·거래의 매수를 권유하거나 특정 수익·세금 결과를 보장하지 않으며, 집값·시세의 방향을 예측·단정하지 않습니다. 경매퀵은 입찰 당일 매수신청 대리만 대행하며, 물건 선정·권리분석·자금 조달·입찰가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표지 사진은 특정 사건·물건과 무관한 일반 조망 예시입니다. · 자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 상속세및증여세법 · 국가법령정보센터 · 부동산등기 및 금융 대출 실무 · 표지 사진 ⓒ 오재순(CC BY-SA 3.0), 위키미디어 공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