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못 사는데, 경매장은 왜 붐빌까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은 규제로 막혔는데, 법원 경매장은 13년 만에 가장 붐빕니다. 싸게 사려고 가는 경매에서, 감정가를 넘겨 사는 일까지 벌어지죠. 막힌 매매와 붐비는 경매, 이 역설의 답을 전국·수도권 경매 데이터로 풀어봤습니다.
막힌 매매 · 사고 싶어도 제도가 길을 막는다
요즘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은 유난히 어렵습니다. 집값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데, 대출은 스트레스 DSR까지 더해 조여지고, 서울 전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습니다. 한마디로, 사고 싶어도 제도가 길을 막는 셈입니다.
얼마나 어려워졌을까요. KB부동산의 주택구입잠재력지수(HOI)는 1분기 7.8입니다. 중위소득 가구가 대출을 끌어모아도 살 수 있는 서울 아파트가 100채 중 8채도 안 된다는 뜻이고, 27개월 만의 최저치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정반대의 풍경이 한 곳에서 펼쳐집니다. 법원 경매장입니다.
붐비는 경매 · 13년 만에 가장 붐빈다
일반 매매는 막혔는데, 경매장은 사람으로 붐빕니다. 올 1분기 경매 신청은 1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고, 서울에서는 11개 구의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를 넘겼습니다. 용산 이촌동의 한 23㎡ 아파트에는 30명이 몰려, 감정가 5억 원짜리가 10억 원에 낙찰됐고요.
싸게 사려고 가는 곳에서, 왜 감정가를 넘겨 살까요? 답은 ‘우회로’에 있습니다.
우회로 · 규제가 닿지 않는 옆문
비밀은 규제에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자금출처 소명·실거주 의무 같은 빗장이 경매 취득에는 똑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반 매매로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고 2년을 실거주해야 하지만, 경매로 낙찰받으면 이 의무에서 비켜갑니다. 전세를 낀 갭투자도 가능하고요.
| 일반 매매 | 경매 취득 | |
|---|---|---|
| 토지거래허가 | 허가 필요 | 대상 제외 |
| 자금조달계획서 | 제출 의무 | 불요 |
| 실거주 의무 | 2년 | 없음 |
| 갭투자(전세 낀 매입) | 제한 | 가능 |
일반 매매로는 닫힌 문이, 경매에는 열려 있는 셈입니다. 경매의 진짜 가치는 ‘싸다’가 아니라, 막힌 문을 우회해 원하는 물건에 닿는 통로라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경매가 기회는 아닙니다. 같은 우회로 안에서도, 무엇을 사느냐가 운명을 가릅니다.
용도가 가르는 운명
인기 단지는 이미 감정가를 넘겼고(안 쌉니다), 반대편엔 안 팔리는 물건이 쌓입니다. 상가는 3억 원짜리가 3천만 원까지 유찰되고(낙찰률 10~20%대·보도 기준), 쏟아지는 경매의 절반 이상이 빌라입니다. 아파트는 89%까지 받지만, 상가·토지는 40%대 헐값에 머뭅니다.
같은 ‘경매’라는 한 단어 안에 전혀 다른 두 시장이 들어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양극화는 용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구마다 온도가 다릅니다.
지역이 가르는 운명
같은 서울 안에서도 구별로 낙찰가율이 30%p 가까이 벌어집니다. 재건축·입지 기대가 큰 용산·송파·성동·강남권은 90%를 넘보지만, 외곽은 60%대에 머뭅니다. ‘서울 경매’라는 한 덩어리는 없습니다.
용도로 갈리고, 지역으로 갈리고, 단지로 갈립니다. 이 들쭉날쭉한 풍경은 우연이 아닙니다. 규제가 만들어 낸 지형입니다.
규제의 역설 · 막을수록 옆문이 붐빈다
정부가 일반매매의 문을 닫을수록, 수요는 경매라는 옆문으로 쏟아졌습니다. 작년 10월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자, 토허제가 적용되지 않는 경매로 갭투자 수요가 몰리며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곧장 100%를 넘겼습니다. 응찰자도 두 배 가까이 늘었고요.
규제는 수요를 없애는 게 아니라, 다른 문으로 밀어낼 뿐입니다. 이 풍경을 한발 물러서서 보면, 우리가 알던 두 가지 통념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종합 · 통념의 죽음, 그리고 열린 문
첫째, ‘경매=싸게 사는 곳’이라는 공식이 죽었습니다. 옆문마저 붐비면 경매도 더는 싸지 않습니다. 같은 경매 안에서도 누군가는 감정가를 넘겨 사고, 누군가는 헐값에도 안 팔립니다. ‘평균 낙찰가율’이라는 말은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둘째, 규제는 수요를 지우지 못합니다. 막으면 막을수록 수요는 덜 막힌 문으로 옮겨 갑니다. 토허에서 제외된 동탄에 매수세가 몰린 것처럼, 기회는 늘 규제가 덜 닿는 곳·아직 보지 않은 용도와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막힌 시대의 부동산은 ‘싼 물건을 찾는 게임’이 아니라 ‘열린 문을 먼저 읽는 게임’입니다.
그렇다면 그 문을 연다면, 즉 실거주보다 투자(임대·시세차익)의 눈으로 본다면, 경매는 충분히 고려해볼 통로입니다. 다만 모두가 몰린 인기 단지를 좇기보다, 잘 팔리면서(환금성) 권리관계가 깨끗한 물건을 차분히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얼마나 싼가’보다 ‘들어갈 수 있고, 또 나올 수 있는가’를 먼저 보는 거죠.
물론 경매가 정답은 아닙니다. 권리분석·명도처럼 일반 매매엔 없는 장벽이 있고, 한 번의 실수가 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서두르기보다 ‘이런 문도 있구나’ 정도로 시야를 넓혀두고, 충분히 공부하고 신중히 따져보시길 권합니다. 결정은 늘 본인의 몫이니까요.
요동치는 경매 시장을 데이터로 읽어 전합니다. 관심 있는 물건을 정하셨다면, 입찰 당일 법원 출석은 경매퀵이 대신합니다.
법원경매 공개 통계 및 언론 보도 기반 정보입니다. 낙찰가율 등 일부 수치는 보도 인용으로 집계 기준(용도·기간)이 달라 우리 통계와 직접 비교되지 않으며, 특정 물건·지역의 매수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규제 적용은 물건·시점별로 달라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 자료 KB부동산·지지옥션 등 보도, 법원경매정보